남산 장창골〔長倉谷〕 절터에서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발견
이번 호의 성보 순례는 천년왕국의 수도였던 경주를 찾아가려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실의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품 가운데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慶州南山長倉谷 石造彌勒如來三尊像)〉이란 표제(標題)가 적힌 석조불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 전시실에는 의좌상(倚坐像, 의자에 걸터앉은 자세)을 취하고 있는 본존(本尊) 여래상을 가운데 두고 그 좌우에 각각 화관(花冠)을 쓴 보살입상이 모시고 서 있는〔侍立〕 삼존상(三尊像)을 이루고 있다.
삼존은 모두 원각상(圓刻像)이다. 본존인 미륵여래는 무릎을 굽혀 두 다리를 벌려 의자에 걸터앉은 자세이다. 불상에서 이런 자세는 입상이나 좌상에 비해 드물지만 인도에서 비롯되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된 예를 찾을 수 있다. 때때로 두 다리가 엇갈려 X자형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둥근 얼굴은 깎은 머리에 정수리에는 나지막하게 솟은 육계(肉髻)가 있다.
두 귀의 귓불은 늘어져 어깨 위에 닿았다. 눈두덩은 삼국시대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행인형(杏仁形)이란 형식을 보인다. 코끝이 아쉽게도 깨졌다. 인중은 짧은 편이고 작은 입술의 양 끝부분이 깊이 파여 ‘고졸의 미소(archaic smile)’의 느낌을 준다. 목에도 삼도(三道)가 보이지 않는다. 법의(法衣)는 두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인데 옷자락이 U자형을 이루며 열려, 왼 어깨에서 오른 어깨 쪽으로 비스듬히 걸친 엄액의(掩腋衣)와 더불어 군의(裙衣)를 묶은 띠 매듭이 드러나 보인다. 앞가슴 중앙에는 卐(Shrivatsa, 室利靺瑳=吉祥海雲의 뜻)이란 기호(記號)를 돋을새김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앞으로 하여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있는데, 엄지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은 살며시 주먹을 쥐듯이 구부렸다. 왼손은 손등을 왼무릎 위에 얹은 채 옷자락을 잡고 있다. 법의는 온몸을 덮고 있는데 옷주름은 융기선(隆起線)으로 표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른쪽 무릎과 정강이 부분에서 소용돌이무늬〔渦文〕처럼 표현한 점이고, 또한 불신(佛身)의 측면과 두 손에 걸쳐 아래로 늘어진 옷주름이 접쳐진 표현에서 그리스어 알파벳의 ‘Ω’ 자를 닮은 삼각천단형(三角尖端形)으로 처리된 표현이다. 여래상의 앉은 높이가 162센티미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