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웹진 9월호

심리이야기5

마음비움(Mind Reset)과 마음챙김(Mindfulness)의 명상심리 이야기

- 김세곤 / 청호불교문화원 상임이사 -

일상에서 집중이 잘되지 않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흔히 ‘생각을 비워 없애야지!’라고 하면서 머리를 흔들며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애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실제로 마음 비우기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요즘 마음챙김이란 용어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또 뭘 의미하는 걸까? 마음은 과연 비우고 채울 수 있는 어떤 대상(내용)이 있거나 실체가 있는 것일까? 만일 마음을 비우고 채울 수 있다면 무겁고 괴롭고 힘든 마음을 과연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서 하던 일에 더 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마음비움이란 一念(집중)을 통한 雜念(사사로운 산만한 생각) 내려놓기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생각이 너무 많거나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경우를 일컬어서 雜念이 많다고 한다. 즉 잡념이란 잡스럽고 자잘하고 산만한 생각들이 뒤엉킨 상태라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표현해 보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쳇말로 잡념이 많으면 집중력 발휘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런 雜念에 부정적 감정의 과거의 기억들이 연결되어 떠오르면 그것이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뜻에서 雜念은 妄念 혹은 想念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한데 말하자면 옳지 못한 온갖 생각들의 무더기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잡념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며 나아가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암튼 ‘精神一到何事不成’이란 격언도 그런 연유에서 탄생 된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마음비움 (고도의 주의 집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극히 높은 禪定 三昧의 경지를 수행의 궁극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주제와 관련하여 특히 불교 명상법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無念無想, 또는 一念無我의 경지’와 같은 불교적 용어 또한 마음비움(몰입에 의한 잡념 잊기)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만들어진 일종의 사유적 방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오늘날 자기계발을 위한 심리학의 분야에서는 Mind Reset 혹은 Mind Reformat (마음 비우기)을 통해 자기 성장(잠재력 개발)을 위한 하나의 동기부여의 이론이나 개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서 Reset(비우기)이란 컴퓨터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서 기존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저장된 어떤 기억이나 저장물들을 완전히 비워 초기화한다는 의미이다. 그 의미를 좀 더 확장하면 기존의 사고패턴이나 인지 스타일(고정관념 또는 선입견 등)조차 새로이 바꾸어 변화를 도모한다고 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그 같은 인식의 변화, 즉 사고유형이나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일련의 훈련과정(학습, 교육, 경험, 수행 등)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점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얼른 보면 수월하고 가능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처럼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선 마음 비우기란 잡된 생각(잡념)을 멈추게 한다는 의미로 규정하고 그 기본 목표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집중력향상에 두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잡된 사사로운 생각들을 우선 내려놓고 멈추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과 그 훈련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에 집중력과 통찰력 증진을 위해 이미 과학적인 심리 방법의 임상적 적용 과정 등으로 그 효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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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명상을 통한 알아차림으로 고요하고 선한 마음 지키기

실제 마음챙김이란 용어 자체는 현재 명상심리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라도 빈번하게 사용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런데 Mindfulness(마음챙김)라고 하는 이 명상심리 관련의 전문 술어는 미국의 존 카밧진 박사(매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1979년 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심리학과 정신의학 영역에서는 이 용어는 명상심리 분야의 전문 술어로 정착된 상태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이 마음챙김 명상훈련법은 심신의 정서적 안정이나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상담 및 의료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잠재 능력 개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등으로 인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본래 이 용어는 영어권에서 Mindfulness(마인드풀니스)란 철자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정착되었다. 하지만 한국어로의 번역과정에서는 마음챙김이란 단어가 과연 그 본래의 의미에 적합한지를 두고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혼란과 진통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본래 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란 용어가 애초에 불교의 전통명상법에서 사용해 오던 ‘사띠(sati)’라는 용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띠라는 개념 속에 함의된 불교 교리적 깊이와 넓이, 특히 초기 불교의 사띠 명상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위빠사나 명상(통찰명상)이나 또한 사마타명상(집중명상)과의 깊은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잘 살려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의 명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카밧진 박사의 주장에 따르자면 마음챙김이란 우선 특정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를 한다. 그리고 그 특정한 방식에는 3가지의 핵심적 특성이 포함된다고 한다. ① 의도적, ② 비판단적, ③ 현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카밧진 박사의 견해에 의하면 마인드풀니스를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보다는 알아차림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연구자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앞의 주장(견해)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그 알아차림의 대상은 뭐냐고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지적(문제의식)에 덧붙여 집중력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라고 하는 명상의 기본 목표와 관련해서도 그 근원적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띠 명상의 근본 경전으로 알려진 『대념처경』이나 『염처경』 등의 불교 경전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깊은 이해가 필히 수반 되어야 한다고 본다.

page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참고로 ‘사띠’는 몸(身)과 느낌(受, 감각)과 마음(心, 생각)과 법(法, 현상)의 네 가지 念處를 대상으로 집중하여 깨어 알아차리는 불교 명상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연유에서 이 4가지 대상인 염처를 지칭하여 4념처 혹은 사념처 수행법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또 초기불교의 37보리분법(조도품) 수행의 주요한 일부이자 수행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오늘날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일반인들의 최대의 보편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역시 스트레스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 해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 즉 개인 밖의 외적인 요인과 그리고 개인의 내적인 요인 (유전적 영향이 큰 성격이나 기질 및 취향이나 체질 등)들이 모두 관련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수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극복하여 心身의 건강을 잘 유지하려면 우선 심신(몸과 마음)의 안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해소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대 심리학의 보편적인 시각은 心身一元論의 입장(견해)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최첨단의 뇌과학이나 유전자공학 등의 급속한 발전 등을 통해 그러한 점이 더욱 명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언급한 4념처 수행의 경우에도 온전히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림을 해야 할 대상으로서 개인 밖 요인 [法念處(현상)]과 개인 내 요인들 [身念處(몸), 受念處(감각), 心念處(마음)]을 모두 포함 시키고 있다는 점은 대단한 叡智가 아닐 수 없다. 본래 스트레스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내외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 즉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 항상성 유지)를 위한 적절한 긴장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는 해로운 스트레스 인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스트레스 인자도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문제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苦聖諦라고 하는 불교의 四聖諦 진리가 어쩌면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몸과 마음의 심적인 고통)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스트레스가 苦(괴로움)의 원인도 되지만 解脫(깨달음)의 조력자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여 마음비움(집중력 증진)과 마음채움(알아차림, 통찰력 증진)의 명상심리 공부를 꾸준히 지속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